한국기독공보 칼럼_2 (2025.05.27.)
  • 작성일 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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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신앙 리터러시, 기독교 대학의 역할을 다시 묻다.


오늘날 대학 교육의 중심 화두 중 하나는 '융합'과 '회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AI 시대의 기술적 융합을 넘어 삶의 균형을 되찾는 인격적 성숙으로 확장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기독교 정체성을 지닌 사립대학이라면 기술과 인성, 학문과 믿음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유적 신앙 언어를 학생들에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독신앙 리터러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독신앙 리터러시는 단순히 예배나 종교 교육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신앙을 스스로 해석하고 자신의 언어로 체화하며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러한 능력은 오늘날 신앙에 거리감을 느끼거나 종교적 언어에 익숙지 않은 청년들에게 신앙의 의미를 다시금 연결해주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대학생들이 성경을 여전히 낯설고 먼 것으로 느끼는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성경을 읽는다 해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한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앙을 자기 언어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할 때, "믿는다"는 고백 역시 점점 공허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청년들이 마주한 신앙 리터러시의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가 문해력을 말할 때 단순한 읽기나 쓰기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듯, 신앙 리터러시도 단순한 교리의 암기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하나님, 죄, 구원, 공동체, 소명과 같은 기독교의 본질적인 어휘들을 자기 삶과 연결 짓고 해석할 수 있는 역량, 그것이 신앙 리터러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지 개인적 신앙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과 세계를 해석하고 공동체와 소통하기 위한 사유의 기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독교 대학은 왜 이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가? 국공립대학이 중립성과 실용성을 교육의 중심 가치로 삼고 있다면, 기독교 대학은 고유의 설립 이념과 교육 철학을 실현할 책임을 지닌다. 특히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인재를 기른다'는 사명은 교육과정과 학사제도, 대학 운영 전반에 일관되게 스며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많은 기독교 대학에서 신앙 교육이 감성적 위로나 채플 출석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형식적 접근만으로는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사고력이나 삶의 문제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한계가 있다.


기독신앙 리터러시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접근이 될 수 있다. 신앙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고, 윤리와 지성을 통해 해석하며,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일은 기독교 대학의 존재 이유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기독신앙 리터러시는 학생들에게 '왜 믿는가?', '신앙이 내 삶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하고, 자기 성찰과 타자 이해, 더 나아가 세계에 대한 통합적 사고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기독신앙 리터러시는 윤리적 판단력과 책임 있는 의사결정 역량을 기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사랑과 정의, 공동체적 책임이라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 가치는 추상적 이상과 관념에 머무르기보다는 삶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로 신앙을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며,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독신앙 리터러시는 AI 시대에 인간 고유의 해석 능력과 존재적 응답 능력을 회복하는 데 의미 있는 교육적 자산이 될 수 있다. AI가 정보를 요약하고 지식을 제공하는 데는 탁월하더라도 학생들이 신앙을 자기 이야기로 재구성하고 공동체 속에서 나누는 실천적 경험은 AI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독신앙 리터러시는 구체적인 교육 실천을 통해 체화될 필요가 있다. 예배와 수업이 분리되지 않도록 채플과 기독교 교과목에 사고력과 토론을 접목시키고, 고전을 읽고 자기 삶과 연결하는 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글쓰기, 토론, 영상, 예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앙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후 위기, 젠더 갈등, AI 윤리, 경제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성찰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은 학생들이 기독교인이자 글로벌 시민으로 살아가는 실천적 제자가 되는 데 의미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기독신앙 리터러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 사립대학이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반드시 숙고해야 할 언어이자 방향이다. 신앙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깊이 성찰하고 실천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기독신앙 리터러시에 대한 공동의 성찰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